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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 당신이 알지 못하는, 약한 사람들의 이야기

세이코리아

안준형 (지은이)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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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마약은 과연 출구 없는 미로인가?
미로의 출구를 닫아버리는 것은 누구인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한국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진실,
“그들은 우리의 이웃, 우리의 아이들, 죽어가고 있는 ‘사람’이다.”

“NO EXIT, 출구 없는 미로? 이의 있습니다!”

대검찰청이 발간하는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사범은 2017년 1만 4,123명에서 2022년 1만 8,395명까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60%가 30대 이하다. 매년 1만 명 이상의 젊은이와 아이들이 마약 범죄로 구속될 만큼 마약은 일상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좀먹어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경찰청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마약 범죄 예방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하며 “NO EXIT, 출구 없는 미로”를 구호로 채택했다. 취지는 분명하다. ‘한번 빠져들면 다시는 헤어나올 수 없다’는 말로 사람들에게 마약의 위험을 경고하고 투약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공감한 여러 유명인과 공직자, 기업들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출구가 없다”고 선언하면, 이미 한 번이라도 마약을 투약한 사람들은 어찌 되는 것일까? 그대로 출구 없는 미로에 갇힌 채 버려지는 걸까? 그들은 더 이상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걸까? 가족과 친구들은 국가조차 포기한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저 구호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 변호사가 있다. 변호사 안준형은 10여 년 전 어느 마약 투약자의 변호를 맡은 것을 계기로 마약 사건과 처음 연을 맺었다. 그는 요즈음 1년에 100여 건의 마약 사건을 수임하는 마약 전문 변호사다. 지금껏 그가 목격한, 마약 사범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수사기관, 사법부, 언론, 일반 대중에게 마약 사범은 ‘불가촉천민’ 그 이상이었고, 그들을 다시 사회로 복귀시키려는 시도는 사실상 고려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이제 그는 투약자들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그들에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단지 그들을 처벌하고 격리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단약과 재활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죽음에 다가서는 그들의 발을 우리가 함께 돌려세워야 한다고, 이 책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를 통해 이야기한다.

약쟁이를 왜 도와줘야 하죠?
: 마약 범죄자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태도
마약 전문 변호사 안준형이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싸워야 했던 것은 검사가 제시하는 유죄의 증거와 논리만은 아니었다.

“마약 하는 사람을 왜 도와줘요?”
“약쟁이들은 다 잡아넣어야죠.”


여느 범죄와 달리 마약 사건은 시작부터 편견과 억측, 비난이 함께한다. 한국에서 마약 사건은 늘 뜨거운 감자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마약 사건의 주인공은 지금껏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이었고, 이들을 감옥에 집어넣은 수사 담당자는 고속 승진했다. 이제는 그 대상이 일반인까지 확대됐다. 이처럼 수사기관이 공을 다투는 동안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의사실 공표죄는 유명무실해지고, 없는 일조차 부풀려져 자극적인 소식으로 와전된다. 그 결과 마약 사범은 대중에게 ‘상종 못할 범죄자’로 비난받는다.
형사 사건은 대부분 흑과 백이 정확히 나뉘지 않는 회색 영역의 싸움이다. 그 내막은 가까이서 매우 세밀하게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과 이야기는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의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범죄자는 엄히 처벌해야만 사회 정의가 실현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마약 사범은 누구든 처벌과 격리의 대상일 뿐이다. 마약 사범에게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동안 그들은 억울한 부분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시비를 다툴 수 없고, 단약과 재활을 하고 싶어도 그저 한데 모여 방치될 뿐이다.
그런데 마약 사범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가고, 마약 범죄는 점점 더 우리 일상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언제고 내가, 내 아이가, 내 형제나 자매가, 내 친구가 마약 범죄를 저지르거나 뜻하지 않게 연루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때도 우리는 ‘범죄자는 그저 엄히 처벌하면 그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형사 변호인으로서 겪어온 일들을 바탕으로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세상 사람 누구라도 자기 뜻과는 무관하게 죄를 저지르거나 연루될 수 있다. 그럴 때 아무도 나의 사정과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너무 억울하고 슬픈 일이 아닐까.”

마약은 분명 헤어나기 어려운 미로다. 그러나 그 출구를 닫아버리는 것은 마약이 아니다. 투약자들에 대한 반감과 무관심, 그리고 그들을 이해조차 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마약을 ‘출구 없는 미로’로 만든다.

우리는 마약을 알아야 한다
: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마약과의 전쟁’ 전략


변호사 안준형은 마약 사범을 자녀로 둔 어느 부모를 만나면서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마약에 관해 너무도 모르고 있음을, 그래서 마약 범죄에 너무도 무방비함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마약 문제를 정책으로 다루어야 하는 이들조차 마약과 마약 범죄에 관해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약 범죄는 ‘돈’이 중요한 매개로 작용한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공급을 단속하고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마약 범죄를 근절시킬 수 없다. 국내 마약 유통 가격이 타 국가에 비해 높은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필로폰의 국내 유통 가격은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보다 10배에서 20배 높다. 한국은 마약류 단속이 철저한 편이어서 유통되는 마약의 절대량이 적고, 판매에도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이러한 희소성과 리스크 때문에 유통 가격이 높아진다. 다시 말하면 마약 공급자는 어떻게든 국내에 마약을 들여와서 성공적으로 팔기만 하면 일확천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으로 마약을 밀수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 방법도 기상천외하게 발전한다. 게다가 마약과 관련이 없던 이들까지 돈을 노리고 마약 범죄에 뛰어들 요인으로 작용한다.
변호사 안준형은 마약 공급을 단속하고 처벌하는 정책만으로는 마약 범죄를 근절시킬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마약 범죄를 줄이려면 수요를 차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마약과 마약 범죄를 잘 알고 있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마약을 ‘막연한 무언가’에서 ‘잘 알고 있는 무언가’로 만드는 것, 마약 범죄를 저 멀리 있는 누군가의 짓이 아니라 우리의 가족과 친구들이 연루될 수도 있는 구체적인 사건과 사고로 인지하는 것, 마약과 마약 범죄의 결과가 쾌락이 아닌 죽음으로 이어질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우리가 스스로 마약을 멀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안준형은 마약 사범을 다루는 정책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국가가 마약 사범들을 그저 격리하고 감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단약과 재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약 범죄는 재범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마약 사범 가운데 30%가 재차 범행을 저지른다. 이에 전문가들은 마약 중독 문제는 처벌보다는 치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2024년 마약 중독자 치료 예산은 보건복지부가 요청한 예산에 비해 85%나 삭감됐다. 이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의지가 투약자의 치료와 사회 복귀보다는 단속과 처벌에 치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준형은 한국이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지금부터라도 마약 범죄와 마약 사범을 대하는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NOW EXIT, 공감이 출구를 만든다
: ‘사건’이 아닌 ‘사람’을 이야기하는 마약 전문 변호사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에는 변호사 안준형이 지난 10여 년간 맡아 왔던 사건들 가운데 방송이나 언론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은, 일상 속의 마약 범죄와 거기에 연루된 사람들을 담고 있다.
바른 생활의 표본이었다가 한순간의 일탈로 마약 사범이 된 유학생, 대마를 대하는 미국과 한국의 서로 다른 법 체계에서 혼란에 빠진 젊은이들, 마약으로 맺어진 어떤 연인의 진실과 거짓, 투약자인 딸을 한 번만 더 믿어보려 했던 어느 부모의 좌절, 타고난 근면함으로 젊은 나이에 텔레그램의 마약왕이 된 사내, 마약 카르텔에 의해 일회용 운반책으로 쓰이고 버려진 미국인 촌뜨기, 뼈를 깎는 노력으로 단약과 재활을 이어가는 연예인, 단약에는 성공했으나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한 의뢰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안준형은 제삼자의 시선에서 그들과 사건을 바라보고, 거기에서 알게 된 것과 느낀 것을 이야기한다. 변호인으로서 그가 얻은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공감’이다. 변호인이 의뢰인의 사정과 이야기에 자신을 이입할 수 없고 스스로가 설득되지 않는다면, 결국 재판에서 검사와 판사를 설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투약자의 사정에 공감한다면, 그들이 마약을 하는 이유에 공감하고 그들이 마약을 하는 것을 납득한다는 의미일까? 이 질문에 안준형은 대답한다.

“마약의 끝은 정해져 있다. 투약이 이어져 몸이 망가진다면 신체적 자살이고, 아직 거기에 이르지 않았다면 사회적 자살 중이다. 나는 구조자의 심정으로 마약 투약자들을 본다. 사실은 당신들도 살고 싶을 것이라는 마음에 공감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변호한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안준형이 바라는 것은 우리가 투약자를 범죄자이기 이전에 죽어가는 한 사람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마약’에 대한 책이 아니다.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는 ‘사람’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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